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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 박사님_타이틀.png


 이상한 남자라고 생각했다.

그건 비단 화려한 외관만을 일컫는 게 아니다. 위로 올린 올백 머리에 군데군데 흑발이 섞인 금발. 생명이 느껴지는 붉은 제라늄 코트. 화려한 선글라스와 얼굴의 앳됨과는 다르게 늘 화약 냄새를 품에 묻히고 살아가는 불가사의한 남자지만, 그것보다 그가 이상한 건 그 나사 하나 빠진 듯한 정신머리다.

결벽스러울 정도로 생명 하나하나에 고집스러운 모습은 아득한 모래 벽을 바라보는 것처럼 경이로울 정도다. 무참히 딸을 잃은 아버지의 복수극에 가슴 깊이 공감하는 한편 곧 죽어도 살인을 저지하려 하다니. 언어도단이다. 여기 노맨즈랜드는 먼저 총을 쏘지 않으면 총에 맞는 세계. 그런 곳에서 불살이라니. 울프우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목숨은 죽어도 싼 경우가 있다. 부끄러움도 없이 사회의 밑바닥 인생이라고 자신을 지칭할 수 있는 그는 그런 경우를 숱하게 보았다.

노맨즈랜드에 추락한 모두와 가족이고 지인이며, 무수히 많은 상처를 받은 그가 불살이라니. 여기까지 살아오는데 어려움이 있으리란 건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주제에 자신의 목숨은 생명으로 카운트하지 않는다는 점이 괘씸하다. 여하튼, 타인이란 쉽사리 그가 삶을 놓을 수 없는 존재나 마찬가지인데.

과연 이 남자에게 특별한 존재가 있을까? 살인자도 성인도 부랑자도 대부호도 모두가 평등하단 듯 굴었으니까.

 ‘내 생명을 주마.’

그는 분명 인간이 아니다. 필시 자신보다 몇 배나 되는 시간을 살아왔을 그에게 특별한 존재로 남고 싶은 그런 알량한 이유가 아니었다. 단지, 그의 불살 사상을 억지로라도 비틀어 미래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었다.

그 정도라면 자신의 목숨은 싼값이라 여겼다.


 ○

 울프우드는 벽에 기대 거리의 아이들과 밧슈가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멍하니 생각했다.

이 자식은 이상한 남자에다 너무한 남자라고.

담배의 끝맛이 어쩐지 씁쓸했다.

머리를 예쁘게 묶은 한 소녀는 밧슈의 무릎께나 겨우 올 정도로 어렸다. 뺨을 장밋빛으로 물들인 아이는 무릎을 꿇고 자신과 눈을 맞춰주는 이성의 어른을 처음 본 눈치였다. 소녀가 그런 밧슈의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고는 바보 같은 미소를 짓는 밧슈의 귓가에 속닥였다.

  “밧슈. 나랑 결혼하자….”

아이의 그런 말을 들은 밧슈는 퍽 익숙한 태도로 감사 인사를 건넸고, 발랄하게 대답했다.

  “정말? 그럼, 소피아가 밥 잘 먹고 커서 어른이 되어서도 나를 좋아한다면 그때 결혼하자. 그러니까 아줌마 말 잘 듣고 착 하게 자라야 해?”

 최악. 울프우드는 그게 밧슈가 하는 허울 좋은 말임을 알았다.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 진심으로 부딪혀 오면 이리저리 핑계를 대며 빠져나갈 거면서. 애초에 지키지 못할 말은 하지도 마. 상처만 낳을 뿐이다. 하지만 구태여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의 예상대로 소녀는 기쁜 듯 응응.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하늘에 닿을 듯 깡충깡충 뛰어 엄마 품으로 돌아갔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배웅해 준 밧슈는 굽혔던 몸을 일으켰다.

피우던 담배를 땅바닥에 던져 비벼 끈 울프우드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퍼니셔를 든 손을 고쳐 매며 투박하게 조언했다.

  “너…. 그러다가 언젠간 벌 받아.”
  “응? 에이 설마. 굳이 거절할 필요 있어? 아이는 웃는 모습이 제일이야. 크면서 금세 잊어버릴걸? 나 같은 놈보다 더 좋은 남자가 나타날 거야.”
  “흠…….”

 먼 곳을 바라보던 밧슈의 시선이 울프우드에게 향했다. 여전히 언짢아 보이는 미간에 그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입을 삐쭉 내민 밧슈가 물었다.

  “뭐야 그 미묘한 표정. 울프우드는 이럴 때 어떻게 말하는데?”

 그의 말에 울프우드는 선글라스 너머로 밧슈를 맹렬히 응시했다. 마치 그에게 하는 대답인 듯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나? ‘이 못생긴 게. 가서 밥이나 더 먹고 와.’라고.”
  “우와 진짜 별로다….”

 너처럼 헛된 희망을 주는 것보다 나아.

울프우드의 그 시선에 어쩐지 잡아먹힐 것 같다는 인상을 받은 밧슈가 괜스레 양쪽 팔뚝을 문지르며 몸을 움츠렸다. 표정 변화가 풍부한 그 얼굴은 겍. 하는 질린 얼굴이 됐다. 

그 표정에 그제야 킥킥 웃으며 울프우드가 덧붙였다.

  “기대했다가 그게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 실망하거든.”

 울프우드는 실제로 꼬맹이들에게 그런 말을 들으면, 이렇게 단언한 것 치곤 모질게 대답하지도 못하면서 밧슈 앞에선 괜히 허세를 부렸다.

  “으음….”

 밧슈가 제 턱을 손가락으로 쓸자, 울프우드는 새로운 담배를 꺼내 들었다.

이상한 기대감에 간질간질하게 부푸는 마음을 일부러 담배 연기로 숨겼다. 가까운 거리에서 피웠기 때문에 밧슈가 눈을 흘겼다.

 …나도 너에게 ok를 받고 싶어. 분명 너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겠지. 넌 만인에게 그런 남자니까. 나도 조금쯤은….

바로 그 마음이 연정인 것을 깨닫지 못한 울프우드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이 빗자루.”
  “응?”
  “결혼하자.”

 방금 마주한 꼬꼬마 여자애처럼 울프우드는 밧슈에게 청혼했다.

 ‘너는 웃으면서 장난하지 말라고 하겠지. 그게 아니면 밀리온즈 나이브스에게 향하는 이 모든 여로가 끝나고, 건강히 살고 있으면 해주겠다고 넉살을 부릴 수도 있어.’

 울프우드는 밧슈의 대답을 어렵지 않게 상상하며 ‘어른한테도 그렇게 대충 똑같이 쳐내면 오해하는 사람 생긴다?’라고 변명할 예정이었다. 장난이었다고, 이 짧은 여행 사이 서로 바보 같은 짓을 일삼는 파트너다.

하지만 밧슈는 그의 예상과 전혀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
  “………?”
  “…싫어. 너와는 이런 대화하고 싶지 않아. 울프우드.”

  

 단순히 말뿐이라도….

밧슈는 농담으로라도 듣기 싫은 건지, 혹은 불쾌했던 건지 미간을 좁히며 한눈에 봐도 기분 나쁜 표정으로 그렇게 대답했다. 그에게서 풍기는 분위기, 말투, 모든 게 진심으로 그 발언을 싫어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울프우드는 가슴이 쿵 하고 떨어졌다. 황당함에 퍼니셔를 놓칠뻔했다. 물었던 장초는 벌어진 입 때문에 이미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갈까.”
  “응, 그래~.”

 

 자신이 폭탄 발언을 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밧슈는 금세 평온하고 발랄한 말투로 대답했다. 만인에게 좋다고 하면서, 나는 왜? 충격에 빠진 울프우드는 다른 할 말을 찾지 못했다. 밧슈도 굳이 그 화제를 들쑤시지 않고 짐가방을 손에 들었다.

 휘이잉. 모래바람이 쌀쌀맞게 불어왔다.


.
.
.


 대화는 나누지만 어쩐지 불편함이 감돌았다. 미묘한 냉전 상태가 쭉 이어졌다. 두 사람은 샌드스팀에 몸을 싣고 다음 마을로 향했다.

 

  “방이 하나라고!?”
  “남는 방이 그런 걸 어떡해. 이해하게나.”
  “윽….”
  “왜 그래? 울프우드. 우리 그런 적 많았잖아. 왜 갑자기 호들갑이야?”
  “내도 아는데….”

 

 마을에 내린 그들은 하나뿐인 여관으로 향했다. 하지만 방이 하나밖에 없다고 한다. 그 말에 과민반응을 하는 울프우드가 신기한지 밧슈가 그 순진한 눈을 끔뻑끔뻑 떴다. 그 표정에 울프우드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이를 갈았다. 방 열쇠를 거칠게 받아 들고 계단과 복도를 쿵쿵대며 올라갔다. 밧슈의 의아한 시선이 등 뒤로 꽂히는 게 느껴졌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울프우드는 자신이 생각하는 사내다움에 집착하는 면이 있다. ‘차가운 네 말에 상처받았다.’라는 사실을 죽어도 인정하기 싫었다. 일부러 태연하게 움직였다. 아니. 움직이려 했다.

울프우드는 한 침대에 누운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밧슈가 자신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오는 소리도 듣지 못한 척을 했다. 강화 인간인 그가 곁잠 자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지 못할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밧슈는 그를 재촉하지 않았다.

 


 ○

  “밧슈!! 밧슈-!!!”

  “야! 빗자루!! 다 너 때문이잖아!!!”
  “미…. 미안하다니까!!”

 

 침묵으로 가득 찬 최악의 밤을 보낸 다음 날. 

앞마을에서 화두에 올랐던 그 주제. 결혼 어쩌구로 밧슈가 뿌린 씨앗이 싹을 틔웠다. 아니 싹 틔우기를 넘어 화려하게 꽃 피워 버렸다.

가장 최악인 방향으로.

 근처 다이너에서 오래간만에 여유로운 아침을 즐기고 있던 두 사람은 난데없이 들린 큰소리에 동시에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곳에는 인체를 개조한 듯 보이는 한 덩치 큰 남성이 뚜껑열린 차를 타고 밧슈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이거. 어쩐지 귀찮은 일에 휘말릴 것 같은데?

 

  “약속대로 어른이 되었어! 밧슈!! 나와 결혼해줘!!”
  “으엑…. 저기, 그러니까….”
  “그런데 저놈은 뭐야?! 밧슈, 벌써 바람이야!?”
  “아니야! 이봐. 준. 그러니까 그 총 내려놓고….”

 

 ‘이런 상황에서 이름을 기억하는 티를 내다니. 역효과 아니야? 이거 조용히 지나가긴 글렀는데?’

 울프우드의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남자는 기쁜 티와 기분 나쁜 티를 온몸으로 내더니, 그와 한 테이블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는 자신에게 문답 무용으로 총탄을 날렸다. 울프우드는 그것을 퍼니셔로 여유롭게 막았다. 그 태도에 약이 오르는지 온갖 별별 잡기술을 선보였다.

 휴머노이드 타이푼. 600억 더블 달러라는 현상금이 목에 걸린 사나이. 돈을 목적으로 달려드는 날파리들을 처리한 일은 이제 귀찮아서 세지도 않았다. 이번에도 마음만 앞선 조잡한 어중이떠중이. 돈이 아닌 사랑이라는, 목적은 달랐지만, 수단과 방법은 비슷했다. 물자가 촉박한 노맨즈랜드의 사람들은 폭력적인 구석이 있으니까.

날아오는 총탄을 막아내며 울프우드는 거칠게 소리쳤다. 피해!! 더 위험하고 큰 놈을 꺼내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은 호흡이 척척 맞게 사람이 없어 보이는 폐교회로 향했다. 쾅!! 큰 폭발음이 울리고 이를 꽉 깨물고 쏘아 붙였다.

 

  “네가 애초에 그런 허황된 대답을 하지 않았으면 이상한 놈들이 너에게 기대하지 않을 거 아니야!! 내가 말했지?!”
  “미안하다니까!!! 으악!”

 

 연이은 사과에도 울프우드의 불쾌함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폭발음이 몇 차례 더 울렸다. 밧슈를 찾지 못해 그의 이름을 부르며 아무렇게나 포탄을 쏴대는 게 분명했다. 어디서부터 날라 올지 몰라 두 사람은 쭈그려 앉아 등을 맞대고 벽의 잔해에 기대 숨을 골랐다.

 먼지가 풀풀 날렸다. 밧슈는 어떻게 그를 무력화시킬지에 대해 고민했다. 하지만 울프우드는 어쩐지 격양된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소리를 내는 건 위험하다는 건 알고 있을 텐데도 계속 날짐승처럼 왁왁댔다.

 

  “우, 울프우드! 혼은 나중에 날게. 일단 준을 무력화시켜야 해. 지금 마을이 쑥대밭이 되겠어….”“젠장! 나도 알아! 하지만 이 말만은 해야겠어. 모든 문제는 너다. 너야! 밧슈 더 스탬피드! 네가 원흉이야!”

 그는 씩씩대다가 등을 맞댄 밧슈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려 바라보았다. 노려보는 시선이 흉흉했다.

 

  “울~프~우~드~!!”

 

 연이어 쾅쾅거리는 커다란 굉음이 울려 퍼졌다. 울프우드는 지금 이 상황의 짜증과 마음의 술렁거림 때문에 무덤까지 비밀로 하려 했던 말이 자신도 모르게 툭 튀어나왔다.

 

  “…네 태도가 그러지 않았다면! 나도 기대해서 그런 말을 할 일 없잖아…. 젠장!”

 그는 그렇게 읊조리며 몇 개의 비속어를 더 내뱉었다. 밧슈는 그의 말에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리고 몇 번이고 그 문장을 반추했다. 사내는 점점 더 교회 쪽으로 가까워져 오는지 좀 더 굵직한 파편이 이리저리 떨어졌다. 매캐한 냄새가 났다. 하지만 밧슈는 개의치 않았다. 얼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기대…? 그럼 그때 했던 말은 날 놀리려던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그는 기억력이 좋은 남자다. 울프우드의 지나가듯 말한 걸 잊을 리가 없다.

난 널 오해해서….

밧슈의 얼굴이 삽시간에 빨갛게 물들었다. 그리고 울프우드도 그가 무엇을 오해했는지 비로소 이해했다.

  “너 설마…. 다른 사람은 그럴 생각도 없으니 대충 때워놓고 나에게는….”
  “그, 그만 말해. 하지만. 네가 너무 무신경하게 말하니까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쏘아붙였는데….”

 반쯤 던지는 말이었다는 건 인정해.
절대 이뤄지지 않을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나저나…. 내 말에 저 밧슈 더 스탬피드가 화를…?’

  “나… 특별취급 받았던 건가?”

 

 생각보다 먼저 말이 튀어나왔다. 밧슈가 풀이라도 붙인 것처럼 입을 딱 다물었다.

그것을 자각하자 울프우드의 얼굴도 밧슈처럼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의 코트처럼. 제라늄의 색으로. 밧슈-! 라고 소리치는 남자의 목소리가 먼 곳에서 울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쿵쿵거리는 자신의 심장 소리가 귓가까지 날아들었다. 플랜트라 해도 청력까지 좋은 건 아니지? 울프우드는 그 소리가 그에게 들키지 않기를 빌었다.

멍하니 입을 벌리고 당황하던 밧슈가 이 어색한 분위기를 얼버무리듯 일부러 과장되게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럼 내가 결혼하자! 라고 말하면 넌 어떡할래!? 울프우드!”

 밧슈는 자신이 먼저 울프우드에게 프로포즈를 하면 울프우드가 예전에 말했던 ‘이 못생긴 게. 가서 밥이나 더 먹고 와’라고 대답할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진중한 얼굴과는 다르게 농담을 귀하게 여기는 남자니까. 그렇게 해서라도 이 어색한 분위기를 풀고 싶었다.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밤은 싫다.

하지만 울프우드는 150년을 산 자신이 처음으로 선택한 남자다. 밧슈가 마음에 담은 그 대단한 남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다.

  “…어이. 결혼하자 빗자루. 아니? 여기에서는 사귀자. 가 맞겠군.”
  “어…? 어째서 ‘이 못생긴 게.’라고, 말하지 않는 거야!?”

 언제 당황했냐는 듯, 진지하게 말한 울프우드에게 휘말린 건 밧슈 쪽이다. 평소엔 반대라는데. 선글라스 너머의 그 표정은 당연하단 말투로 대답했다.

  “니가 왜 못생겼는데? 사내놈에게 이런 말 하기 싫지만 넌 천사를 꼭 빼닮았다.”
  “………!”
  “예뻐. 밧슈.”

 그 말을 끝으로 울프우드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퍼니셔의 밀봉을 풀고 그것을 돌려 이 후덥지근한 먼지 너머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사내에게 그것을 겨눴다. 손바닥을 이용하는 방아쇠에 힘이 들어와 힘줄이 솟아올랐다.

걸어 다니는 자연재해, 인간 태풍, 하지만 울프우드에게 있어선….

때마침 밧슈의 머리 위로 누군가의 품에 들어있어야 할 꼬질꼬질한 하얀색 손수건이 떨어졌다.

 

  “이놈!”

 때마침 울프우드가 쏜 총탄과 사내가 쏜 아이 머리 같은 거대한 포탄이 공중에서 만났다. 그것은 본 궤도를 잃고 달려 나가 교회의 낡아빠진 종을 정확히 겨냥했다.

뎅- 뎅 뎅-

 

  “어, 어라….”

 

 우연이라기엔 너무나도 완벽한 타이밍에 밧슈는 눈을 끔뻑끔뻑 떴다. 머리에 떨어진 하얀 손수건을 치울 생각도 못 하고 밧슈는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다.

‘마치 신도 우리를 축복하는 것처럼…….’

  “이러면 안 하는 게 이상하다고. 어이 빗자루!!”
  “어, 어어!?”

 울프우드는 밧슈를 홱 잡아당겼다. 그리고 그를 껴안고 몸을 밀착했다. 종이 뎅뎅 울리는 와중, 밧슈가 원래 있던 사이로 작은 총탄이 날아들었다. 고, 고마워. 라고 중얼거릴 새도 없이 그가 말했다.

 

  “이왕 하는 거라면 많은 사람에게 축복받고 싶었지만…. 그건 나중에 또 하면 되니까.”
  “………!!!”

 조금 전까진 사귀지도 않고, 미래를 약속하지도 못했지만, 본능과 상황이 이끄는 대로 서로가 유일무이하단 것을 약속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먼지 때문에 텁텁한 맛이 나는 입술을 맞부딪힌 게 그 증거다.

입술을 뗀 울프우드가 흥분한 기색을 감추며 말했다.

 

  “넌 가족의 범위가 징그럽게 넓으니까, 초대할 사람이 많겠지. 하지만, 나도 그 못지않게 든든한 가족들이 많으니까.”

 

 우리의 결혼식이야말로 방송에 내보낼 수준인 거 아니냐고.

울프우드의 말에 지금 처한 상황도 잊어버리고 동시에 즐겁게 웃었다. 종은 여전히 울렸고, 바깥이 아까와는 다른 기색으로 웅성거렸다. 마을이 쑥대밭이 된 원흉을 제거하기 위해 흉기와 막대기 등 무기가 될 만한 것을 들고 우르르 몰려온 마을 사람을 피해 두 사람은 또다시 마을에서 도망쳤다. 하지만 이번엔 서로 두 손을 꼭 맞잡았다. 밧슈의 의수가 아닌 진짜 팔은 가죽 장갑에 둘러싸여 있어도 따뜻했다. 적어도 울프우드만은 그렇게 느꼈다.

 ‘아아, 나는…….’

 ‘내 생명을 주마’
 

 자신의 목숨과 맞바꿔서라도 터무니없는 밧슈의 사상을 바꾸기 위해 그리 말했지만, 사실 이성으로 감췄던 거기에 숨겨진 감정이 있었다. ‘한 개인으로서 터무니없는 세월을 사는 너에게 특별한 존재로 각인되고 싶었다’라는 사실을 울프우드는 그제야 깨달았다.


 여로는 계속된다. 울프우드는 이 순간이 영원히 계속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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